www.jbnu-leeho.com
목록으로
인터뷰

'알쓸인잡'의 그 사람, 법의학자 이호 교수 —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 가장 중요"

2023-01-24

법의학자로 25년 활약…"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 가장 중요" "유가족 위한 '애도 의학' 펼치는 법의학자 되고 싶어"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이철규 열사의 죽음을 보고 삶의 마지막 단계에도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렇게 법의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본과 1학년이던 198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조선대 고(故) 이철규 열사가 광주 수원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목도하게 된다.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 추정'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혈기 넘치던 시절, 온몸에 멍이 든 채 발견된 동료의 죽음 앞에서 법의학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러 정황이 고문치사 유기로 보였지만, 부검 소견은 그렇지 않았다. 이때 사람의 죽음에도 의사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의과대에 들어오면 마치 인생의 트로피를 쟁취한 것 같이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철규 열사 사건을 계기로 직업에 대해 고민했고, 당시 읽었던 책에서 본 '왕관이 아닌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법의학을 택했다." 법의학자가 갖춰야 하는 소양 "법의학자는 죽음을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개인적인 사정, 사회 구조적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우선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의사는 나의 노력, 환자의 노력, 사회의 노력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질병을 고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법의학은 환자의 노력은 이미 끝난 상태에서 사회와 의사의 노력만 남아 있는 것이다. 사회는 현미경처럼 한 사람의 죽음을 세세하게 보지 못한다. 그래서 법의학자는 사회가 보지 못하는 것을 자세히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후학에게 전하는 말 "의대에 오는 제자들을 보면 과에서 몇 등, 국가고시 몇 등, 인턴·레지던트 때도 마찬가지로 경쟁에 익숙한 삶을 살아간다. 이제는 옆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려고 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리면 1등부터 꼴등까지 순번이 정해지지만, 360도로 달리면 모두가 1등이다. 베스트원이 아닌 온리원이 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알쓸인잡 출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우주복 이야기였다. "우주복을 겹겹이 한땀 한땀 바느질해서 만든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우주복을 만드는 바느질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지만, 바느질은 인류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언 땅을 건너갈 때부터 있던 것이다. 기술이 전해지고 쌓여 우주복까지 이른 것이다. 법의학도 마찬가지다. 우리 윗세대 법의학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쌓여 오늘날의 법의학이 있는 것이다." BTS RM(김남준)에 대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화려한 인기에 주목하지만, 이면에는 깊은 내공이 있고, 자기 작업에 대한 철학이 있더라. 출연진 중 가장 어리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이 있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다." 유가족을 위한 애도 의학 "변사 유가족들은 일반적인 유족들과 달리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유가족이자 목격자이고, 종종 용의자로 의심을 받기도 한다. 법의학자로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면 의사를 안내해주기도 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 "퇴직까지 10년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는 성실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자로서 소명을 다 할 것이다. 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애도 의학'을 펴는 패밀리 닥터가 되고 싶다." — 2023. 1. 24. 연합뉴스 김진방 기자